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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바르셀로나 일기 4/12∼4/13

여행기 바르셀로나 일기 4/12∼4/13

4・12(sabado)

 

목이 아프다.

조금 추워지는 가운데 얇은 옷으로 맥주 마시면서 스케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감기에 걸렸나?

 

몸이 쉬고 싶어하고 있는거겠지.

 

사람 스케치를 하고 싶어서 어제부터 사람만 그리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붐비고 있는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을 가려내서 그리고 있다.

 

가우디는 건축가니까 가우디를 알기 위해서는 그 건축물을 외곬으로 스케치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다보니 약간 그것은 틀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늘은 사람을 그려대며 어떤 만족을 얻었다.

 

팔굽혀펴기 120회, 복근운동 40회.(격감)

 

 

4・13(domingo)

 

오늘 아침도 목이 아프다.

 

그저께 가우디가 사회인이 된 후에 30년간 살았다고 하는 주소를 찾아가고 나서 3일 연속으로 그곳에 가게 되었다.

 

그저께는 주소를 들고 찾아갔지만 나머지 이틀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자전거로 구시가지에 가려고 했는데 어딘가에서 길을 몰라서 헤매다가 본 적이 길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였다. 거기라고 하는 것은 그 무뚝뚝한 아저씨의 문방구점과 맛있을 것 같은 빵집이 있는 모퉁이.

 

이틀 연속으로 모레스킨 노트를 샀다. 아저씨의 미소도 볼 수 있었다.

「모레스킨?」이라고 먼저 물어봤다.

 

가우디가 정말로 살고 있던 주소 바로 밑의 도로에 면한 층은 카페라고 할까 바라고 할까, 그런 작은 가게로,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실까하고 왔다갔다하지만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언제나 손님이 없고 뭔가 침침한 분위기에 (그만두자…)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좀 느긋하게 지낼 생각으로 느지막하게 맨션을 나와 카페에서 초급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마음이 내키면 스케치를 하는 그런 하루로 한다.

 

자전거로 카테드랄까지 가 보았다. 오늘은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갈 수 있었다. 바르사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일본 초등학교 축구팀으로 생각되는 단체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후쿠오카 팀인 것 같다.

 

상점은 역시 휴점인 곳이 많고 평소보다 적은 관광객이 있을 정도이며 어쩐지 스케치 의욕이 나지 않아 다시 자전거로 이동.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갔더니 어쩐지 그 가우디가 살던 곳으로 오게 된다.

 

문방구도 빵집도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점. 그 카페인지 바인지는 열려있었고 꾀죄죄한(실례) 테라스석에 손님도 있었지만 상점 앞을 두번 왕복한 끝에 그만뒀다. 한 블록 떨어진 곳의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런치 정식(노렸던 메뉴)을 먹는다. 점심 때여서 부근은 붐비고 있는데도 여기는 나 이외에 손님이 2시간 동안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었다. 이 지역의 전형적 파에쟈라고 하며 나온 것은 쌀이 아니라 짧게 자른 비픈(쌀가루) 같은 파스타에 새우, 오징어, 홍합 조갯살 등이 들어간 것. 색도 사프란의 노란색이 아니라 갈색으로, 보기에는 잿날의 야키소바 같지만 맛있다. 메인으로 메기 무엇인가를 먹고 화이트 와인도 마셨다. 화이트 와인은 초급 스페인어로 부탁해 보았는데 영어로 대답이 돌아와서 실망. 드라이한 것을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지 배웠다. 세코. 화이트 와인의 드라이한 것은 비노 브랑코 세코다.

 

배가 잔뜩 불러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퍼뜩 본 적 있는 도어 앞을 지났기에 서둘러 돌아왔다. 처다봤더니 카사 칼베였다.

 

가우디 건축 중에서는 비교적 수수한 취급을 받는 이 건물,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도 있어 언젠가는 가볼 생각으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이전에 이곳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기억과 도어의 노커가 인상에 남았던 기억도 있어 놓치지 않고 찾은 것일까?

 

똑 똑 하고 소리를 내기 위한 철 노커는 상당히 돋보이는 훌륭한 것, 두드리려고 손잡이를 당기면 그 밑에 이가 있다. 검은 철의 이. 맞는 역할을 이로 한 것이 가우디의 아이디어라면 그는 왜 그렇게 한 것일가? 이에게 고생을 해서 밉살스러웠던 것일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가?

 

노커를 사진에 담고 줌인으로 건물 전체를 찍으려고 했더니 메모리가 가득차서 더 이상 찍을 수 없다고 한다.

 

아, 안찍어도 된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남아 있는 철로 된 큰 이를 찍었다. 그걸로 됐다.

건축가가 아니다.

건축물은 찍고 싶어졌을 때 찍으면 된다, 는 것입니까? 선생님.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공원 벤치에 앉아 볼펜으로 스케치를 했다. 여기저기 공원에 있는 음료수대와 세워져 있는 자전거와 그 주변의 비둘기 등을.

 

그냥 보고, 그렸다.

 

팔굽혀펴기 120회, 복근운동 100회.

이노우에 다케히코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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