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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스 머신과 일본 농구

오펜스 머신과 일본 농구

얼마 전, 요코하마 B 코르세어즈의 슈팅 가드 가와무라 다쿠야 선수와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기사 보기: http://www.asahi.com/articles/ASJCJ6T93JCJUTQP02D.html )

 

가와무라 다쿠야 선수는 말을 많이 한다.

지금까지 내가 대담한 선수들보다 평균 3배 정도는 말을 많이 해 주었다.

그리고 솔직하다.

이렇게 알리고 싶다, 자신은 이렇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걸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솔직한 것일 것이다.

 

솔직하기 때문에 저항이 강한 쪽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선수로서나 인간으로서나 그 바탕에는 일본 프로 농구 선수로서는 지극히 보기 드문 고졸 선수로 입단한 OSG 피닉스(현 산엔 네오피닉스)에서 보낸 3년이 있다.

모두가 대학 농구를 거쳐 입단한 사람들 속에서 오직 혼자 대학을 건너뛰고 들어온 경쟁심 강한 젊은이에 대한 저항은 강했고, 고독을 느꼈다고 한다.

동급생들이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 3년 동안, 성인 무대에서 버텨 나가기 위해 계단을 건너뛰듯이 성장해 가야 하는 환경.

그런 길을 선택한 것도 알았든 몰랐든 남과는 다른 존재, 특별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도대체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에 뛰어들고자 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물어보았다.

 

 

가와무라: (OSG의) 나카무라 가즈오 감독님(당시)이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감독님과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고교 종합 체육대회가 열리기 전에 저희 팀을 찾아와서 “너, 졸업하고 우리 팀에 오지 않을래?” 하고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2학년 윈터컵이 끝난 후 정식으로 제의를 해 왔어요. 여름 전에 들은 말이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었고, 다들 대학에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저는 프로로서 당시의 일본 리그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기의 한마디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날 무렵에는 머릿속에서 대학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이노우에: 그런 이유 중 하나로는 남들과 똑같은 길은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지 않나요?

가와무라: 맞아요.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노우에: 전례가 없다면 내가 해 보겠다. 거기에 불을 붙인 것이 있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가와무라: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 당시, 누군가가 고졸로 프로에 들어갔다거나 과거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 동기가 대학에 가기로 결정되었대요. 굉장히 좋은 대학에서 제의가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고, 그때는 고등학생인 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죠. 타당한 길을 선택한다면 대학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남들과는 다른 것으로 튀려고 한다거나 결과를 남기려 한다거나, 그런 생각이 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었지 않나 싶어요. 고등학생 때도 진로를 정할 때도 내 나름대로 결단해 왔던 것 같아요.

 

모두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 가와무라 다쿠야는 훌륭한 선수 플러스 특별한 무언가를 항상 원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프로 레슬러는 관객을 상대로 레슬링을 한다.

가와무라 다쿠야는 관객을 상대로 농구를 하고 있다.

샤킬 오닐 선수를 좋아한다고 한다.

슈터 가와무라가 거인 센터 샤킬 오닐을 좋아한다니 뜻밖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샤킬은 농구 사상 최고의 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레이 앨런도 레지 밀러도 스테판 커리도 아니고 샤킬이라는 점에서 가와무라 선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보인다.

 

항상 경기장의 분위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

 

관객들이 지루해하고 있지 않은지.

어떻게 즐겨야 할지 잘 알지 못하는 건 아닌지.

분위기가 정체되어 있지 않은지, 그럴 때는 커다란 몸짓으로 심판의 콜에 “아니잖아요.”라고 소리치며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파울을 당해 쓰러진 채로 당분간 일어나지 않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럴 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보인다.

농구는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그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오펜스 머신’으로서 결정적인 3점슛을 넣는다.

자신이 얻은 득점 이상으로 관객들에게 주는 인상은 강하다.

결정적인 하나가 필요할 때 골을 넣어 주기 때문이다.

경기장 전체를 보는 눈과 손가락 끝 한 곳에 온 신경을 집중시킬 수 있는 내관의 양립.

 

승부욕은 프로 12년차인 지금도 건재하다.

 

 

 

마지막으로 이기주의에 대하여.

 

이노우에: 승부처와 같이 중요한 순간에 마지막 슛을 누가 쏠 것인가,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일찌감치 그런 이기주의를 접어 버린 듯한 선수에게는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 항상 내가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이기주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승부처에서는 믿고 맡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기주의는 결코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중요한 자질이지요. 일본은 그런 게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이기주의는 나쁘다’는 생각이 너무 이르지 않는가 싶어요. 좀 더 강해진 후에 그런 걸 나무라거나 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이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농구에서도 이기주의적이라는 평판을 듣는 가와무라 선수를 나는 오히려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그런 면이 믿음직하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

가와무라: 좀 더 감정을 표현하거나 껍질에서 탈피하면 좋을 텐데 하는 선수는 많이 있습니다. 다른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요. 이 녀석, 좀 더 거칠게 앞으로 나서면 좋을 텐데 생각하는 선수는 있습니다.

 

 

 

일본 농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사회 전체의 과제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 파악’이라고 할까 그런 식으로, 남과는 다른 선택을 하거나 의견을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풍조.

일본 사회에서는 옛날부터 동조 압력이 강한 것은 맞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 딴죽을 거는 것 같은 풍조는 이제 극복할 수 없는 건지.

단순한 이기심과 정당한 자기주장은 구분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집단의 규율은 중요하고 일본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위축되지 않고 쑥쑥 성장하는 개인을 바탕으로 한 규율이 있다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개인과 개인의 의견을 절충하고 조율해야 1+1이 2 이상의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하고 조율하려면 서로가 보다 나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

 

“인화를 귀하게 여길지어다”라는 말은 쇼토쿠 태자가 정한 17조 헌법의 한 문장인데,

“서로 위축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제시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목표로 한다”

는 사람들의 총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화’란 다른 게 당연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고, 평화롭게 타협해 나가는 것이지, ‘모두 똑같이 되어라’는 의미는 아니다.

 

·····

 

이야기가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다만, 1400년 전 일본의 이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일본 농구의 과제 극복은 의외로 멀지 않은 이야기가 아닐까, 가와무라 선수와의 대담을 계기로 떠오르는 대로 그냥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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