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쓰 희망의 캔버스」
12월의 하루 하루는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12월1일 이른 아침에 도호쿠신칸센을 타고 센다이까지 약2시간, 센다이에서 렌트카를 빌려 약1시간반의 드라이브로 바닷가 작은 마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오가쓰초에.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마을이기도 하다.
추웠지만 눈은 없었다.
아라하마에 도착해서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회벽 4mx40m.
바다를 마주보는 형태로 서 있다.
전회에도 쓴 「오가쓰 희망의 캔버스」라는 프로젝트.
인연을 만나 나도 도구박스를 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내 선택은 그것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뿐.
주민들의 것인 이 벽에 나 답게 그림을 그려 융합시키는 것, 후원하는 것, 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들.
주민들이 염원을 담은 말이나 그림을 그려 나간다.
그 옆에서 나도 그림을 그린다.
「기울어 졌어요」라고 아주머니들이 웃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는 현장은 신선하고 즐거웠다.
스누피를 여러개 그리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찰리 브라운 같은 인물은 어려워서 그릴 수 없다고 하길래 나는 살짝 이미지검색을 해서 확인하고 그릴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아니, 그릴 기회는 없었지만.
부인들과도 잠시 만화 이야기가 시작되어 『딸이 좋아하지만 「원피스」는 왜 원피스일까, 원피스 입지도 않았으면서』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원피스란, 즉 하나의 조각이니까 그라운드 라인의… 에~」 그 이상 잘 설명해드릴 수 없어 미안했다….
1일의 일몰은 4시반경으로 빠르고 엷은 먹물색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다음날 마무리하기로 했다.
2일은 아침식사 후 8시반쯤 해변에 서서 모닥불을 쬐고 손을 따뜻하게 하고나서 벽을 마주한다.
바닷바람이 강해 모래가 물감접시에 날아들어 먹과 섞인다.
그러고 보니 야외에서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첫경험일지도 모른다.
어라? 하고 생각했다. 벽의 감촉이 어제와 전혀 다르다.
의외로 매끄럽고 좀처럼 마르지 않아 약간 작업하기 어렵다.
칠한 곳은 비스듬히 보면 번쩍거리기 때문에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번쩍거리기에 혹시나 하고 생각해서 만져봤더니 얼어 있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라고 했다.
그린 바로 옆에서부터 얼기 때문에 엷은 먹물이 섞이지 않는 것과, 무엇보다도 벽면에서 얼어붙은 채로 있던 먹물이 녹았을 때에 일제히 아래로 흘러내릴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건 좀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해결책은 먹물을 푸는 물을 바닷물, 즉 소금물로 하는 것이었다.
소금물은 어는 온도가 낮기 때문에 이날 온도로는 얼지 않고 넘어갔다.
눈앞의 자연에 해답이 있었던 것은 무언가를 시사하는 것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은 점심 때쯤 완성되었다.
높이 4m의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대형 발판을 슈헤이구미 사람들이 조금씩 옮겨가면서 하는 작업이었다. 스트레스 없이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부지런한 서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심으로 감사.
점심으로 나온 돼지고깃국과 구운주먹밥을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오가쓰석 무대(처럼 되어 있는 바위) 위에 앉아서 먹었다. 햇살이 의외일 만큼 따뜻했다.
새풀지붕 장인인 스기야마씨와 바위 위에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긴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지금 이 순간이 전부라고.
여러번 이런 좋은 만남의 은혜를 입었다.
완공식에서는 호인가구라, 다테의 구로부네 북연주 등 압권을 이룬 공연이 이어져 추위를 못느낄 정도였다. 해산물, 오가쓰 벼루의 재료가 되는 돌(이것은 오래도록 보고있고 싶었을 정도로 싫증이 나는 일이 없다)도 있고 이 오가쓰에는 일본의 보물이 여러개 있다.
근처의 학교는 없어졌고 유치원도 없다고 한다. 앞으로도 오가쓰에서 살아갈 어린이들과 젊은 세대의 부모들을 위해서도 다시 유치원이, 그리고 학교가 생기도록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돌아올 시간이 벌써 가까워졌기 때문에 인사도 적당히 한 것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고 어두워진 밤길을 한달음에 달렸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솔직히 2, 3군데 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다음에 오가쓰에 갔을 때에 아직 스페이스가 있으면 그리고 올까 한다. 그러나 그 때쯤에는 아직 그리지 않은 그 지역 사람들과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의 염원이 더욱 틈없이 메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오가쓰석 처럼 검은, 힘이 넘치는 벽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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