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바르셀로나 일기 4/19
4・19(sabado)
길을 헤맨 덕분에 발견한 베트남 요리점은 생각했던 대로 맛있었다. 조금 비싼 느낌은 있지만 식재료 조달을 생각하면 이 정도일지도 모른다. 또 갈 것 같다.
가우디 초기의 작품 구엘저택에 다시 가 봤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혼자 장시간 바라보고 있었더니 조금 보이는 것이 달랐다.
저것은 젊은 시절 가우디의 자기현시욕 뿐만 아니라 건축가로 자신을 지명한 구엘씨에게 어떻게든 부응하려고, 그리고 구엘씨가 얼마나 훌륭한 이 도시의 명사인지를, 이래도 아직 부족한지를 나타내려고 한, 덧붙여 말하자면 구엘씨에게 창피를 당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부담감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 때문에 과도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덧셈 덧셈 덧셈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기는 하지만 뺄셈이 없어 피곤하다, 고 하는 개인적 감상은 아마 변하지 않겠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조금 흐리는 경향.
구엘공원에 가서 다시 잘 보고 올 생각인데 부활절 주말, 사람들로 붐비지 않을 것을 기원한다.
지하철 역에서 경사 약25도의 오르막길을 헉헉 거리며 오른 끝에 구엘공원이 있다.
곳곳에 에스컬레이터도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언덕길 또는 계단을 올라가 본다.
도중에 화단의 초록이 예뻐서 발길을 멈췄다.
이제 이곳에 최고의 아름다움이 있다.
숨을 헐떡이면서 사람들은 올라 간다.
발밑의 초록을 쳐다보지도 않고 어디로 우리들은 올라가는 것일까?
공원에 도착하자 입구에 선인장이 군생하고 있다.
선인장에는 이곳을 방문한 기념인지 뭔지, 여러개의 이름이 무참하게 새겨져 있다.
구엘공원은 60호(였던가?)의 주택지로 만들어졌지만 구입할 사람이 없어서 나중에 시에 매각되어 공원이 되었다.
스케치를 많이 할 생각으로 왔는데 실제로는 이 공간에 나를 놓는, 단지 그 것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일단 관광객을 의식에서 지우고, 가우디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연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야자나무도 없고, 간판도 없고, 토산물점 사람들도 없는, 100년전 일상생활의 공간.
이곳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만들어진 주택지로, 그 안에 광장이 있고 이상한 회랑이 있고 시장이 있다. 안면이 있는 주민들이 회랑을 오고가며 대화를 하고,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노인이 구불구불한 타일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 광경의 구석에 가우디도 구엘도 있다. 그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지금의 구엘공원에 다시 호출된다.
다양한 지역,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비일상 속에 있고, 이 장소를 방문한 추억으로 사진을 찍는데 바쁘다.
그래도, 물론 사람들은 웃는 얼굴이며, 가우디가 누구인지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아이들은 교성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있고, 커플들은 뽀뽀를 하고 있다(그것은 어디서나지만).
이 공간이 행복한 시간을 연출하고 있다.
건축가의 일은 그 때문에 있는 것일 것이다.
적어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가우디 건축이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불러들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의 경제를, 매년 윤택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만약 가우디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이곳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바트요 등 자신의 작품이 관광지로 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았을 때,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화를 낼 것인지, 여러가지 형태로 이 지역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할지, 어느 쪽일까?
세속을 초월한 까다로운 예술가의 이미지를 따른다면 전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후자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팔굽혀펴기 70회, 복근운동 40회.
이노우에 다케히코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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